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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기로 가득 채워
막내 라인에서 벗어나 이젠 후배를 여럿 둔 선배가 됐다. 그가 속한 팀도 막내 구단에서 리그를 뒤흔드는 선두 팀으로 자리매김한 이번 시즌, 팀과 함께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이다. 고전했던 타격에서 겨우내 긴 노력을 들여, 우연히 얻어낸 결과가 아닌 깊은 노고가 담긴 마법임을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꼭 가고 싶다던 올림픽 대표팀. 아쉽게 도쿄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지는 못하게 됐지만, 오히려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중이다. 단순히 성장한 모습이 아닌 심우준이 가진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의 비상은 어디까지인가.
Photo KT Wiz Editor Yerang Lee
#더 높이 떠올라
7개월 만에 다시 만났네요. (7월 7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KT 위즈 심우준이라고 합니다.
KT가 현재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데 요즘 팀 분위기는 어때요?
8연승을 하고 대구로 넘어오기 전에 졌어요. 8연승이 깨져서 분위기가 좋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연승 분위기가 계속 이어지더라고요. 현재 분위기는 아주 좋은 상태고요. 앞으로도 1위를 이어나갈 수 있는 우리만의 분위기가 만들어졌어요.
지난 시즌과 비교했을 때 팀의 어떤 점이 가장 달라졌나요?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꼽자면 타격 부분에서 더 튼튼해졌어요.
지금까지 보낸 시즌 중에 가장 좋은 타격감을 보이고 있어요. 비시즌에 어떤 점을 주력해 훈련했어요?
144경기를 다 나가기 위해선 체력이 떨어지면 안 되잖아요. 특히 타격할 때 체력 소모가 큰 편이라 체력적 부담이 적은 타격 자세로 바꾸는 연습을 주로 했어요.
양준혁 해설위원의 도움으로 타격 자세를 수정했다고 해요. 사실인가요?
네. 사실입니다. 지난 시즌 중 양준혁 해설위원님이 해설하러 오셨을 때 이렇게 치면 더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해주신 게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후에 위원님께 도움을 요청했죠. 비시즌에 시간이 되면 한번 타격에 대한 이야기도 나눠보고 연습을 같이 해보자고 하셔서 연락을 먼저 드렸어요. 덕분에 지금 이 정도 성적을 유지하는 중이에요.
타율 상승의 이유가 양준혁 위원이군요.
첫 번째는 양준혁 해설위원님의 도움이 컸고요. 두 번째 김강 타격 코치님의 도움이 컸고, 세 번째는 우리 팀에 4할 타자가 있잖아요. 지금은 떨어졌지만, 강백호 선수의 도움이 컸죠.
지난 시즌에 비해 도루 횟수가 적은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뛸 수 있는 상황이 얼마 나오지 않았어요. 그리고 빡빡한 경기가 자주 있다 보니까 무턱대고 뛸 만한 상황이 잘 없더라고요. (다시 도루왕 타이틀을 얻고 싶다고 했는데 아직 유효한가요?) 아직 유효하죠. 아직 남은 경기 수가 많잖아요. 물론 차이는 크게 나지만, 어느 정도는 쫓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치타심’의 부활을 기대해도 될까요?) 부활이라고 해야 하나요? 일단 되는 대로 뛰어보겠습니다.
반면에 지난 시즌 통틀어 기록한 홈런 수보다 많은 홈런을 쳐 내고 있어요.
아직 많은 홈런 수는 아니지만, 페이스가 조금 빠른 이유는 타격 자세의 수정 덕분이에요. 힘을 더 실어 칠 수 있는 자세로 고쳐서 예전에 비해 빠르게 나오는 중이에요. 일단 목표는 10개고 이 페이스대로 차근차근 더 올리고 싶어요.
현재까지 가장 마음에 드는 경기와 그렇지 않은 경기를 꼽자면요?
9회 말 2아웃에 2-1로 지고 있는 상황에 한화 이글스 정우람 선배를 상대로 홈런을 쳐서 동점으로 만든 경기가 있거든요. 그 경기로 인해서 팀이 연승을 이어갈 수 있었어요. (반대로 워스트 플레이는요?) 많아서 하나를 뽑기가 어려운데요? (넘어가는 거로 할까요?) 네. 넘어가 주세요. (웃음)
곧 시즌 후반기로 접어드는데 KT가 우승하기 위해 보완할 점이 있을까요?
크게 보완할 만한 점은 없어요. 단지 하나 걱정되는 점은 베테랑 선배님들의 부상이에요. 현재도 (유)한준 선배님, (박)경수 선배님, (장)성우 형이 아픈 상태거든요. 그 세 분만 아프지 않다면 팀이 더 강해지고 지금보다 더 높이 올라갈 수 있으리라 믿어요.
#그 누구보다 원했던
이번 시즌 가장 큰 목표 중 하나인 대표팀에 아쉽게 발탁되지 못했어요. 속상했겠어요.
대표팀 명단 발표 전날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잠을 설치다가 일어나자마자 휴대폰을 봤는데 발탁되지 않아서 속상했죠. 제일 속상했던 점은 부모님과 친동생에게 연락이 왔을 때예요. 발표 이후에 통화할 수 있냐고 연락이 왔어요. 근데 차마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괜찮아지면 먼저 전화를 걸겠다고 했는데 아직도 못했어요. (아직도요?) 네. 그래서 올림픽 브레이크 기간에 찾아뵈려고 해요.
모두가 원하는 기회지만 특히 더 간절하게 원한 자리였잖아요. 그토록 원했던 이유가 있을까요?
프로 선수로서 국가대표팀이 된다는 건 모든 선수의 꿈이니까요. 그래서 국가대표 유니폼을 한번 입어보고 싶었고, 대표팀에 들어가게 된다면 나중에도 기회가 많아질 테니까 더욱더 간절했어요.
병역 문제를 포함해서 여러 고민이 있을 듯한데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병역 관련 결정은 아직 내리지 못했어요. 올 시즌이 끝나고 가야 할지, 한 해를 더 하고 갈지 잘 모르겠어요. 일단 시즌이 끝나고 제가 마음을 다잡고 나서 구단과 상의한 후에 결정할 예정이에요.
아쉬운 결과지만 오히려 남은 시즌을 치르기 위한 더 좋은 원동력이 됐겠네요.
올림픽은 발탁이 안 된 거로 끝이 났지만, 우리 팀이 1위를 달리고 있잖아요. 정말로 우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젠 팀을 위해 더 열심히 하려고요.
체력 관리도 중요하지만, 정신적인 부분을 관리하는 것도 아주 중요하잖아요. 대체로 멘탈 케어는 어떻게 하는 편인가요?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요. 집에서 혼자 TV를 보거나 생각을 정리하면서 가만히 있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남은 시즌 ‘이것만큼은 꼭 이루고 싶다’ 하는 목표가 있다면요?
개인적인 성적이 더 좋아진다면 골든글러브를 한번 노려보고 싶어요.
살면서 가장 간절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지난 시즌 도루왕 타이틀이 결정되기 전날이요. 마지막 한화 경기를 두고 경쟁했을 때쯤이에요.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의 도루 기록을 찾아보곤 했다면서요.) 네. 엄청나게 떨렸어요. 못하면 조금 억울할 것 같기도 하고. (웃음) (수상했을 때 어땠어요?) 아주 좋았고 믿기지 않았어요. 제가 솔직히 ‘이 타이틀을 가질 수 있을까?’라고 생각만 했지, 정말로 받을 줄은 몰랐거든요.
은퇴 전 야구선수로서 꼭 이루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3할 타자로 20-20클럽을 꼭 한번 해보고 싶어요.
#성장 ‘+ing’
이제 팀에서 선임 선수라고 할 만해요. 올해 후배 선수가 여럿 올라왔는데 눈여겨보는 선수가 있을까요?
같은 포지션의 권동진 선수와 김건형 선수가 눈에 들어와요. 우선 동진이는 아직 수비에서 보완할 점이 있지만, 기본기가 탄탄해요. 건형이는 타격이 정말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래서 눈여겨보고 있어요. (후배들을 잘 챙겨주는 편인가요?) 제가 백호랑 룸메이트거든요. 제가 잘 챙겨주는지 아닌지는 나중에 백호에게 물어보는 게 좋을 듯해요. 백호가 신인으로 들어왔을 때 제 후배가 백호뿐이었거든요. 전 잘 챙겨줬다고 봐요.
강백호와 케미가 엄청나잖아요?
케미가 아니라 다투는 거 아닐까요? (나이 차가 꽤 나는데도 잘 지내는 건 방을 같이 쓰는 영향이 큰가 봐요.) 그렇죠. 또 어린 선수가 저랑 백호뿐이었어요. 그때는 (배)정대나 (김)민혁이가 군대에 가 있었거든요. 그래서 서로 많이 의지했어요.
강백호가 생일 선물을 잘 챙겨준다고 해요. 올해도 죽전의 모 백화점에 다녀왔나요?
아직 안 갔습니다. 백호의 생일이 아직 멀었거든요. 올 시즌이 끝나면 얘기하기로 했어요.
심우준에게 강백호란 어떤 의미예요?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요? (설명할 수 없어요?) 저만의 룸메이트요. 백호랑 같이 방을 쓰는 사람은 저밖에 없으니까. (그만큼 특별하다는 의미죠?) 네. 특별합니다.
머리 염색을 자주 하는 편인데 색을 고르는 남다른 기준이 있어요?
머리색을 바꾸게 된 계기가 있어요. 눈썹이 까만 탓에 날씨가 더우면 제 모습이 너무 더워 보이더라고요. 그래서 갈색으로 염색을 하기 시작했어요. 머리 염색을 하면서 눈썹도 같이 했거든요. 하고 나니까 밝아 보여서 계속하는 중이에요. (지금까지 했던 머리색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색은요?) 지금 하고 있는 레드와인색이 나름대로 제일 괜찮아요. (동감이에요.) 감사합니다. (웃음)
창단 첫 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의 주인공이에요. 구단에서 배지 하나만 만들어줘서 서운한 모습을 비췄는데, 만약 다음에 다시 최초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면 어떤 이벤트가 좋을까요?
아무래도 저만의 기념 유니폼이 좋겠죠? 제 유니폼을 입고 있는 팬을 보면 힘이 나거든요. 타석에서 부진할 때도 제 유니폼을 입으신 모습을 보면서 힘을 얻거든요. 그래서 저만의 유니폼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직접 디자인에 참여할 의향은 있어요?) 아뇨. 그럴 생각은 없습니다. 만드는 일 자체가 힘들 테니까요. 복잡하잖아요.
가장 좋아하는 선수가 친구인 김하성이라고 해요. 미국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연락은 자주 하는 편인가요?
아뇨. 친구가 아주 바쁘시더라고요. 그래서 연락을 쉽게 못 하겠어요.
그럼 타국에 있는 친구에게 한마디 해볼까요?
하성아. 미국에서 하는 플레이를 보고 가끔 연락하고 싶었지만, 타지에서 힘들어하는 듯해 쉽게 연락을 못 하겠더라. 시즌 마무리되고 한국에 오면 얼굴 한번 보여주라. 너랑 이야기 나누면서 나도 많은 도움을 받고 싶다. 잘 마치고 한국 오면 연락 부탁해.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심우준에게 야구란?
이 질문에 바로 답하는 선수가 있나요? (아뇨. 이 질문을 제일 어려워 해요.) 너무 어려운데요? 제 인생의 모든 것, 살아오면서 야구만 했으니까요. (내게 전부다?) 네. 괜찮지 않나요?
끝으로 팬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이 있나요?
현재 KT가 1위를 달리고 있어요. 팀의 센터라인으로서 중심을 잘 잡고 시즌이 끝날 때까지 지금 자리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이번 시즌 우승으로 잘 마무리할 테니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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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 마음 깊은 곳에 품은 꿈이 하나씩 있을 것이다. 너무 간절히 원해서 되레 힘이 든 경우는 없는가? 지나치게 뭔가를 원하다 보면 욕심이 앞서 때아닌 실수를 하기도 하고, 작은 일에 어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토록 원한 것이 나와의 인연이 아닐 수도, 또 별로 신경 쓰지 않은 일이 때아닌 행운으로 다가올 수도 있듯 말이다. 비록 아쉬운 결과지만 위기를 기회로 이겨내는 법, 상실감을 독기로 푸는 법을 배우며 모든 걸 쏟아낸 끝에 과정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 간절한 마음은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앞으로 그 결과는 더 높은 곳을 향한 디딤돌이 될 것이다. 값진 과정을 통해 자신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그것이 바로 심우준이 단단히 쌓아온 ‘기개(氣槪)’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4호(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