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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의 미학
지난해 야구를 설명하자면 코로나19를 빼놓을 수 없다. 오랜 무관중 경기, 마스크를 착용한 선수들, 금지된 육성 응원 그리고 6월로 예정됐던 2021 KBO 신인 드래프트가 8월로 미뤄졌다. 아마야구 선수들에겐 그만큼 기다림의 시간이 늘었지만, 한편으론 다 보여주지 못한 기량을 선보일 기회의 시간이 주어진 셈이다. 한번 프로의 꿈이 좌절되고 다시 역경의 시간을 견뎌야 하는 대학 야구 선수들에겐 그 의미가 더욱더 남다를 것이다. 동강대학교의 야구는 이 기다림의 끝에 허무함이 남지 않아야 한다고 말한다. 야구를 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2년 동안 후회 없는 야구를 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
에디터 김나현 사진 한국대학야구연맹(KUBF), 동강대 야구부
#쉬지 않는 야구
동강대학교 야구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꾸준함’이 아닐까 싶다. 지난 2004년 창단 이후 꾸준히 좋은 성적을 유지해오다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전국 대학 야구 하계리그에서 3년 연속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이후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프로 선수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동강대학교 홍현우 감독에게 그 비결을 물어보니 ‘훈련’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다른 대학교 야구부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훈련량이 엄청나다고 한다. 코치진의 주도하에 저녁 운동도 시행하고, 실력이 부족한 선수들이 있다면 연습량을 늘려서 잘 따라올 수 있도록 지도한다. 압도적인 훈련량에 선수들이 지칠 법도 한데, 홍현우 감독은 모든 선수가 잘 따라오고 있다고 자부한다. 동강대학교에 오면 훈련을 많이 해야 한다는 사실은 이미 소문이 자자하다고.
이는 홍현우 감독이 선수들의 간절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현역 시절 뜨거운 불꽃처럼 타올랐던 그는 부상으로 아쉽게 프로의 길에서 내려왔다. 선수들이 잘했으면 하는 마음, 그래서 스카우트들에게 잘 보였으면 하는 마음,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야구를 후회 없이 했으면 하는 마음이 뒤섞여 있다. 지도자를 넘어서 부모의 시선에 가깝다. 선수들에게 끈기가 부족하다고 질책하면서도 다들 좋은 기량을 가지고 있다고 칭찬한다. 그리고 동강대학교에서 했던 2년 동안의 야구가 끝나더라도 이곳에서의 기억이 좋은 추억으로 남아 계속 성장하길 기대한다. 그래서 동강대학교의 야구는, 대학에서 끝나지 않는다. 쉬지 않고 끊임없이 선수들의 가슴 속에 살아 움직인다.
#동강대학교의 기대주
홍현우 감독에게 눈에 띄는 선수가 있냐고 묻자, 많은 선수의 이름이 나왔다. 그들의 장점, 특징, 기록까지 술술 읊는 모습에서 얼마나 선수들을 아끼는지 엿볼 수 있었다. 비록 그중 네 명의 선수만을 실을 수밖에 없었지만, 모든 선수를 하나하나 눈여겨보고 있다는 것을 동강대학교 선수들이 잊지 않았으면 한다.
서성일
출생 2000.12.18 신체조건 183cm/80kg 출신학교 소래중-율곡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1 성적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1.80 |
0.93 |
5 |
2 |
0 |
15.1 |
5 |
17 |
스카우팅 리포트
와일드한 투구폼과 프로급 RPM(Revolution per minute, 분당 회전수)이 돋보이는 선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회전수를 분석한 결과 포심 패스트볼은 2,181회, 슬라이더는 2,464회를 기록했다. 사이드암 투수로 무엇보다 좌타자를 상대하는 데 크게 신경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여러 구종을 구사해 위기를 이겨냈다. 슬라이더, 커브, 체인지업, 포심 패스트볼, 싱커까지 5가지의 구종을 던진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프로 지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3학년 때 슬럼프를 겪고 아쉽게 실패를 겪어야 했다. 하지만 이닝을 줄이기 위해 빠른 승부를 즐기고 위기 상황에서도 제구력을 놓치지 않는 등 강한 정신력이 돋보이는 선수다.
이의혁
출생 2000.10.11 신체조건 181cm/85kg 출신학교 송전중-부천고 포지션 투수 투타 우투우타
2021 성적
평균자책점 |
WHIP |
경기 |
승 |
패 |
이닝 |
사사구 |
탈삼진 |
1.00 |
0.78 |
6 |
0 |
0 |
8.2 |
5 |
12 |
스카우팅 리포트
고등학생 때 본격적으로 투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하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상으로 수술을 하고 유급한 뒤 1년 동안 재활의 길을 걸었다. 그만큼 다른 선수들보다 운동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보강 운동을 열심히 해 지금은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동강대학교 입학 후 2020년을 최고의 한 해로 보냈다. 정식 경기를 치른 10.1이닝 동안 탈삼진 18개, 평균자책점 0을 기록했다. 주로 마무리 투수로 등판했는데, 마무리라는 보직에 걸맞은 탈삼진 능력과 단단한 정신력을 자랑한다. 최고 152km/h, 평균 140km/h 중반대의 빠른 공도 장점이다. 게다가 동강대학교 코치진이 인정할 정도로 성실하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선수다. 어떤 선수로 성장할지 주목된다.
서우진
출생 2001.08.07 신체조건 186cm/98kg 출신학교 공주중-공주고 포지션 포수 투타 우투우타
2021 성적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6 |
.300 |
20 |
6 |
0 |
3 |
1 |
.333 |
.450 |
.783 |
스카우팅 리포트
2020년 제54회 대통령기 전국대학야구대회 2회전에서 2점 홈런으로 결승타를 기록하고, 4타수 4안타 3타점 3득점 맹활약을 보여줬다. 뛰어난 신체조건을 갖춘 포수로서 수비능력, 타격 능력까지 겸비한 만능 플레이어다. 수비 부담이 큰 포수임에도 동강대학교의 4번 타자로 팀의 타격을 책임지고 있다. 타격도 타격이지만, 2루 송구능력은 대학 야구 전체 포수 중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나다. 또한 뛰어난 친화력과 원만한 성격으로 모든 선수에게 인기가 좋다. 경기가 시작되면 운동장 위의 감독 같은 선수라고. 동강대학교의 안방마님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은 선수다.
유지웅
출생 2000.02.05 신체조건 181cm/85kg 출신학교 배명중-덕수고 포지션 외야수 투타 우투우타
2021 성적
경기 |
타율 |
타수 |
안타 |
홈런 |
타점 |
득점 |
출루율 |
장타율 |
OPS |
6 |
.350 |
20 |
7 |
0 |
4 |
4 |
.440 |
.650 |
.990 |
스카우팅 리포트
2021 대학 야구 U-리그에서 동강대학교가 디펜딩 챔피언을 상대로 끝내기 역전승을 거뒀다. 이 경기의 수훈 선수가 바로 유지웅이다. 2사 2루 우중간 2루타를 쳐내며 끝내기 안타의 주인공이 됐다. 고등학생 땐 외야수였다가 대학교 입학 후 내야 전향을 시도했지만, 타격에 집중하기 위해 다시 외야수로 포지션을 변경했다. 수비에서는 강한 어깨와 빠른 판단력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 높은 장타율을 장점으로 해 비공식 경기에서도 많은 홈런을 기록하며 스카우트의 주목을 받고 있다. 승리욕이 강하고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열정이 넘치는 선수로, 하고자 마음먹은 것은 반드시 해내고 마는 뚝심이 돋보인다.
#홍현우 감독과 일문일답
올해로 벌써 감독직에 부임한 지 6년 차다. 새로운 다짐이 있다면? (5월 11일 인터뷰)
작년에도 그랬지만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경기를 많이 못 하고 있다. 선수들의 분위기가 풀어지지 않게 살피고 있다. 야구는 시간 싸움이다. 경기는 길지만, 선수 각자 타석에 서거나 마운드에 올라가 있는 시간은 짧다. 그 순간에 강하게 집중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잘 조절하는 걸 중점으로 두고 있다. 훈련할 때의 흐름이 경기와 비슷하게 유지돼야 한다. 긴장해야 할 때는 조이고, 편안해도 될 때는 풀어준다.
지도자로서 본인의 철학이 무엇인가?
이곳에 온 선수들은 야구를 좋아하기 때문에 고등학교 졸업 후에도 포기하지 않고 대학으로 온 친구들이다. 좋아하는 야구를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대학 야구 감독의 역할이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프로지명이 최종 목표라서 한 번이라도 더 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도록 개개인의 특성을 살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발이 빠른 건 타고나야 한다. 훈련으로 빠른 발이 만들어지진 않는다. 그래서 발이 느린 선수들은 주루를 포기하더라도 힘 있는 스윙을 할 수 있도록 몸을 키우라고 지도한다.
선수들의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 제일 신경 쓰는 부분이 궁금하다.
선수들이 항상 스스로 몸 체크를 하도록 격려하는 편이다. 체조 시간 이외에도 꾸준히 스트레칭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선수들이 다치는 주된 이유 중 하나가 의욕만 앞서기 때문이다. 마음이 급한 건 이해하지만, 그럴수록 아프지 않은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연습이나 경기에 들어서는 시간보다 몸을 풀어주는 시간이 더 길어야 한다.
대학 야구 U-리그가 시작됐다. 대회에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무조건 승리해야 한다거나 우승하고 싶다는 목표는 없다. 정식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역량이 잘 드러나길 바란다. 많은 선수가 스카우트의 눈에 들었으면 좋겠다. 모든 아마야구 선수가 그렇겠지만, 대학 야구 선수에겐 한 경기 한 경기가 무엇보다 소중하다. 최대한 많은 선수를 내보내고 각자의 장점을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
3년 연속 프로 선수를 배출하는 데 성공했다. 소감이 어떤가?
제일 좋은 점은 후배들에게 동기 부여가 된다는 것이다. 본보기가 있으면 분위기를 독려하는 데도 큰 힘이 된다. 그리고 애초에 좋은 선수들이 우리 학교로 많이 온다. 새로운 것을 가르친 것이 아니라, 지니고 있던 재능을 잘 펼칠 수 있게 지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가장 최근에 SSG 랜더스(당시 SK 와이번스)에 지명된 조요한이 꽤 화제가 됐다. 대학 입학 후 구속이 크게 올랐는데, 어떤 조언을 해줬는가?
원래 신체조건이 좋았던 선수다. 대학에 오는 선수들은 고등학생 때보다 힘이 붙게 되기 때문에 구속은 자연스럽게 오른다. 제구에 관한 부분만 신경 써서 가르쳤다. 무엇보다 선수가 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잘 따라왔다. 조요한 선수가 고민이 많아 야구를 그만둘까 포기하려고 했던 순간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이겨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 아직 1군 무대를 밟아보진 못했지만,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출장하며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들었다.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선수다.
선수들을 가르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은 언제인가?
매년 힘든 순간을 참고 이겨내는 선수들이 좋은 결과를 보일 때가 아닐까. 선수로서 겪는 고민과 힘듦은 같은 운동을 해본 사람만이 가장 잘 공감할 수 있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서는 선수들을 보면 기특하고 뿌듯하다. 특히 아픔이 많았던 선수가 프로에 지명될 때는 부모처럼 기쁘다. 프로에 진출하고서도 잘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살펴보게 된다.
어떤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은지 궁금하다.
감독으로서 나이가 많은 편도, 적은 편도 아니다. 그래서 아직은 코치 같은 감독이 되고 싶다. 운동장에서 같이 뛰고, 활동하면서 선수들과 함께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권위적이기보단 친근감 있는 감독에 가깝다. 같이 움직여야 선수들도 더 힘을 내서 훈련에 임한다. 감독도 팀의 또 다른 선수라고 본다. 훗날 그저 같이 운동했던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이를 위해 지금도 몸 관리를 열심히 하는 편이다.
한번 프로의 꿈이 좌절되고 대학 입학을 고려하고 있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번 실패했다고 끝이 아니다. 운동선수는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 본인의 노력에 따라 언제든지 숨겨져 있던 기량이 나올 수 있다. 고등학생 때는 뒤처져 있었지만, 대학에 와서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되는 경우를 종종 봤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희망을 품고 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동강대학교 야구부 선수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올해도 코로나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다들 고충을 이겨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힘들겠지만 돌이켜보면 이도 추억이 된다고 여겼으면 좋겠다. 인생을 놓고 봤을 때 지금은 전환점이다. 우리 학교에서 야구를 하는 선수들은 모두 좋은 기량을 갖고 있다. 그 기량을 잘 발휘해서 뜻깊은 결과를 맞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항상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란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2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2호(6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홈페이지 www.dugoutmz.com